TRAINER ID. 119911
@danbamm님 커미션입니다.
은빛 아래 옅은 라일락빛 머리카락이 눈에 띈다. 워낙 색이 옅어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으나, 들여다보거든 바깥쪽과 안쪽의 색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짙은 보라색의 눈동자 안쪽 샛노란 동공까지. 언뜻 보면 새하얗게 보여서는 제법 다채롭게 색을 품고 있다. 왼편의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기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인상을 어렵지 않게 살필 수 있는데, 점과 흉터 하나 남아있지 않은 피부 위 주름이 옅게 남아있어 그가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음을 증명한다.
베이지색 목티, 검은색 얇은 슬랙스 바지, 또각이는 소리를 내는 구두. 그 위로 새하얀 의사 마이를 입고 있는데, 주머니에 만년필 하나가 꽂혀있다. 입고 있는 티에 가리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에 손목 시계를 차고 있다.
내일은 OFF!
시더
팔데아 지방 / 누룩스 시티
#담담한_완고함
#경험적_차분함
#섬세한_배려심
우리 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하루는 48시간, 일주일은 10일, 한 달은….
…말하는 와중에 미안한데, 부탁한 논문의 첨삭이에요.
악 선생님!!!
지독한 워커홀릭, 병원의 지박령! 그러한 수식어로 불린다면 십중팔구 그를 칭한다. 타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타인에게 쏟으며 살아왔다는 뜻이고, 20여 년의 세월을 그러한 행동을 굽히지 않고 살아왔다는 뜻이다. 항상 바쁘게 다음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데, 성실함도 이렇게까지 도진다면 강박과 다를 바 없다! 타인이 그에 직접적으로 걱정을 내비치더라도 고개만 끄덕거린다던가, 알겠다고만 한다던가. 한 번 정한 바에 있어서는 그 고집이 쇠뿔과 다름없다. 그러나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매정하거나 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기보단 ‘고집 있으나 좋은 사람’ 정도의 평가를 듣는다.
살갑게 웃지도 않고, 농담에 웃음을 내비치지도 않고, 빈말로나마 부드럽지도 않지만. 그는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대하기에 무난한 사람이다. 항상 응급 상황에 둘러싸여 있어 그런지 어지간한 일로는 침착함을 잃지 않음은 물론이요, 무엇이든 똑바로 직시하여 타인을 편견 없이 대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선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 뭐 무조건적으로 상냥하며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만. 도움이 필요하다면 손길을 내밀 줄 알았고, 난감해 보인다면 그 사실을 솜씨 좋게 숨겨줄 줄도 안다. 제법 성숙한 인간상에 가까운 사람.
00. 12월 15일생. 팔데아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고등 교육을 받고 의학을 공부하며 종종 다른 지방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으나 오래도록 발붙이고 있는 곳은 팔데아 지방의 누룩스 시티.
01. 응급의학과 전공. 즉, 포켓몬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팔데아의 병원 응급실에서 20여 년을 일했으나, 지금은 퇴직했다. 이유는 터무니없었다. 누가 그랬었는데…. 선생님, 이러다가 곧 응급실에서 선생님을 환자로 뵐 것 같아요. 랬나. 실제 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느날처럼 라운딩을 돌고, 응급 상황에 뛰어나갔다, 학회를 준비하고, 전공의의 논문까지 봐주던 와중…. 시더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눈을 뜨니 낯선…이 아닌 익숙한 천장이었다. 그야 20여년간 그가 일해온 응급실의 천장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으니까….
02. 그게 벌써 3개월 전의 이야기이다. 지금의 그는 종종 인력이 필요하거나 조언이 필요하다면 불려 나가는 의사 면허증을 가진 사람이다. 버릇이 남아 의사 선생님이라던가, 닥터라 불리면 돌아보고,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흠칫하고는 하지만서도.
03. 포켓몬 배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서 그런지 그 실력이 갓 트레이너 스쿨에 입학한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겨우겨우 타입 간의 상성을 구분해 내는 정도….
04. 모든 의사가 글씨를 못 쓴다고 생각한다면 큰 편견이지만, 일단 이 의사는 악필이다.
간단한 글을 하나 남기더라도 꼬부랑 글씨와도 같아 오래도록 함께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편. 그걸 그도 알아서 그런지, 메일이나 메세지 등을 선호한다.
05. 당황하면 안경을 고쳐 쓰는 버릇이 있는데, 가끔가다 무척 당황하면 안경알을 건드리고는 한다. 그때마다 안경알에 지문이 묻어 뒤늦게 난감해 하는 편.
06. 외 취미는 마땅히 없다. 의사 시절 오프에는 무얼 했는지 의문이 들 지경. 지금에야 빈 시간에는 가지고 다니는 태블릿으로도 심심찮게 의료 논문을 찾아보는 모양이다.
07. 좋아하는 것은 제법 다양하다. 단 간식, 향이 좋은 차, 포근한 담요, 그리고… 안경닦이를 선물로 주면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은 커피 정도. 아예 입에 대지도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을 하던 당시 너무 많이 마셔서 물린다고.
안티
10여 년 전 해변에서 놀던 아이가 중독되어 응급실로 실려 온 적이 있는데, 그들의 보호자가 화가 잔뜩 나서 잡아 온 포켓몬. 당시 당직이었던 시더가 맡아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기르고 있다. 같은 개체들 중에서도 유독 독성이 짙다.
느긋한 얼굴, 여유로운 성향, 꾸물꾸물 움직이며 뒹굴 구르는 일상이 포켓몬 생의 전부인 시마사리. 흐물흐물 풀어진 얼굴로 그저 누워있는 광합성을 좋아한다. 그때마다 시더는 안티의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머리를 두어 번 쓰담아주고는 한다.